본문 바로가기

NEWS/Clip

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인디 광고를 만들다.

박정화 대표 사진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가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면? 그 대답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디씨에프’ 박정화 대표다. 광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2012년 8월 15일 ‘광고독립선언’을 하면서 ‘인디씨에프’를 설립했다. 이후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의 광고를 무료로 제작해주거나 공공기관 등의 공익광고를 인건비 정도의 합리적 가격으로 제작해왔다. 그리고 그는 누구나 제작비 없이 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3월 10일 세계 최초 무료 광고제작 애플리케이션 ‘pariro’를 출시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먼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저희 회사를 어떻게 아셨어요? 거의 유령회사 급이라 홍보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이거든요.” 전날도 회사업무로 밤을 새웠을 정도로 그는 온통 인디씨에프 생각과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혹 수익이 많이 나서 그런 걸까.

 

“수익은 거의 없어요. pariro 애플리케이션에 결제해주는 사람도 아직 없고요.”

 

pariro 홍보 이미지 
‘pariro’는 TV 광고에 쓰이는 HD급 화질만 제외하면 모두 무료다. 때문에 수천 명이 다운로드했지만 수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수익성도 부족하고 전망도 밝지 않은 이 일을 하는 계기가 궁금했다.

 

인디씨에프를 설립하기 전 그는 TV광고 제작회사에서 광고 조감독으로 2년, 광고기획자로 5년을 근무했다. 그는 매번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광고제작 일에 만족했으나, 300여 편의 광고를 제작하며 광고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더불어 당시 그의 삶은 회사 일에 매몰돼 있었고, 발상 자체가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세계관에 도움이 되는 광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TV광고 제작소니까 비싼 광고밖에 없잖아요. 작은 곳도 광고해주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광고의 사회적 역할에 고민하면서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해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겠다 싶었죠.”

 

이후 그는 각종 창업대회에서 수상하며 기금을 모아 사회적 기업 인디씨에프를 설립했다. 인디씨에프는 이후 비영리 사단법인인 독립광고협회로 이름을 바꿔 후원금과 매체기부를 받고 꼭 필요한 곳의 공익광고를 무료로 제작했다. 영리성 사업을 하려면 법인이 달라야 해서 인디씨에프를 얼마 전 다시 등록했다. 두 개 단체의 대표인 셈이지만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광고 형태는 어떨까. 인디씨에프와 다른 광고회사와의 차이점은 광고주에 의한 수정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천연화장품 광고를 만들 때 모델을 포토샵 하지 않았다. ‘정직한 광고를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광고주가 돈을 주면서 의뢰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어디를 어떻게 광고해줄까 판단해서 만드니 광고회사로서는 최초의 갑인 셈이죠. 그 덕에 저희가 꿈꾸는 광고를 만들 수 있어요.”

 

광고해줄 곳은 100여 명의 후원자인 ‘인디C’가 투표를 통해 사회적으로 건강한 기업이나 단체를 선정한다. 그동안 장애인들이 만드는 제주 수제 소시지 ‘제주맘’, 천연성분 100% 꽃구름 로션 (주)자연의 벗,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세모이야기’, 3대째 운영하는 서울 이문동 동네수퍼 ‘작은 공간’, 우유팩·종이컵 등으로 친환경 화장지를 만드는 부림제지, 숙명여대 앞 사진관 광고, 아름다운가게의 소셜펀딩 프로젝트 ‘개미팡’ 등의 광고를 제작했다.

 

첫 번째 제작한 ‘광고의 개과천선’ 때는 하루에 200만원씩 하는 개 모델을 사용할 수 없어 애견보호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600여 마리의 개 중 사람과 사이즈가 맞고 순한 개를 찾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개미팡’ 제작 때는 출연해준 분들에게 차비를 드렸는데, 그분들이 그 차비를 기부하고 갔다. 그럼에도 조회 수는 고작 1000회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땐 제가 무능하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괴로워하고 바로 정신 차리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하지’ 해결책을 찾아요. 저희가 가진 예산 안에서 끊임없이 시도해봐요.”

 

작년여름 그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소시지 공장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제주도로 갔다. 1주일 동안 체력적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광고를 제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SNS 게시물 중에서 ‘좋아요’가 수만 개일 정도로 호응을 받는 것도 있잖아요. 일반인도 충분히 훌륭한 기획자가 될 수 있겠다고 확신을 가졌죠.”

 

이후 사회적 기업 ‘유자살롱’에 의뢰해 탈학교 청소년들이 노래한 음악 20곡의 BGM을 제공받았고, 벤처기업 ‘퍼플웍스’에서 기술력을 제공해 무료 광고제작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이뤄졌다. 나머지 디자인, 번역, 기획 등은 인디씨에프에서 맡아 진행했다. 자금이 부족해 영어 버전과 아이폰으로만 실행할 수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다음 버전에는 마켓 기능을 넣어서 인디음악의 BGM도 넣을 계획이다.

 

이번 pariro 출시는 처음에 앱스토어 등록을 거절당해 예정일보다 열흘이 지연됐다.

기한을 중요시하는 광고인으로서 그는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다고 한다.

 

“이런 앱이면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했어요. 론칭도 제대로 못 해서 저흰 망했다 생각했거든요.”

 

그는 pariro로 사용 설명을 할 겸 <톱클래스>의 광고도 만들어주겠다고 나섰다. 탁자 위에 있던 귤과 잡지를 통해 ‘비타민 같은 잡지’란 카피의 광고가 불과 5분 만에 뚝딱 탄생했다.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그는 생각하는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성격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밑거름이라고 했다. 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 바텐더로 일하면서 다양한 술을 알았고, 비싼 돈을 주고 컴퓨터 수리를 한 게 화가 나서 아예 컴퓨터 조립을 배웠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어 회사를 차렸고,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pariro’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분명한 동기가 있으면 그걸 생각에 멈추지 말고 실제로 해보세요. 훨씬 더 재미있어요. 내가 직접 하면 굉장히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그런 경험이 쌓여서 자기 자신이란 사람을 형성하는 거예요. 저는 컴맹이고 앱맹이었지만 이렇게 앱 개발까지 했잖아요.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어 가능했던 거예요.”

 

그는 하고 싶은 일은 꼭 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20대에 단편영화를 만들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보았고, 보증금 빼서 여행도 다니는 등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었다. 미대생으로는 드물게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동영상을 좋아해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그는 지금 하는 일도 자신의 인생에서 한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지금 하는 일이 망하지 않게 하는 게 1차 목표이고, 더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앱을 개발하고 앱이 던져준 다른 문제의식에 대해 대답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데, 올여름부터는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준비할 것 같아요. 국경 없는 광고대행사를 꿈꿔요. 상상에 그치지 않게 준비를 해야죠. 이미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 원문출처: 삼성경제연구소(http://www.seri.org/)

- 기사원문: http://www.seri.org/ic/icDBRV.html?s_menu=0608&pubkey=ic20140523002&menu_gbn=6&pgsj=&pgno=1&pgor=&menucd=0601&tabGbn=SBJT&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