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Letter

[mplanners 엠플래너스]Branding Power

mplanners newsletter
 
제주를 바꾼 브랜드, 올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를 향하던 여행객들과 골퍼들이 동남아시아의 여행지들로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가격경쟁력과 제주도만이 가지는 특별함이 덜해지면서 제주의 관광산업이 사양으로 접어드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시작된 '올레길' 열풍은 제주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걷기 열풍을 불러오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제주관광협회는 제주도 방문객이 2006년 531만명에서 2011년 기준 874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제주를 살려낸 '올레'라는 브랜드가 일본에 수출되어 이 큐슈에서도 올레를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긍심과 함께, 이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한 하나의 문화적 브랜드가 가지는 힘과 가치는 무엇일까요? '올레'라는 브랜드의 기본에서부터 '브랜딩하는 것'의 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길'에 숨을 불어넣는 Identity

'올레'란 본래 개인의 집과 마을을 잇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단순히 '집 어귀의 골목길'이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상징들의 힘이 컸습니다. 조랑말을 본떠 만든 '간세'와 가는 길마다 올레꾼들을 맞이하는 친근한 주황색, 파랑색의 화살표와 리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상징들로 제주의 '길'이 비로소 '올레' 가 됩니다. 이것은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명백한 Identity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소통으로 만드는 '공감'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레꾼들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서로 낯선 얼굴이지만 올레꾼들은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귤을 나누어먹기도 합니다.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직선으로 된 빠른 길 대신, 한번 돌아 기가 막힌 풍경을 보게 만드는 스팟으로 들렀다 가게 만드는 코스 메이킹과,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 딱 위치하고 있는 화살표와 리본은 이 '길'을 만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패스포트에 한 코스를 완주할 때 마다 받는 스탬프는 올레꾼들에게 미션을 던져주기도 하며, 한적한 코스에서도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나 쉼터, 콜택시 번호 등을 안내하는 책자, 제주의 센 바람을 견디는데 도움을 주는 마스크와 물통 등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다양한 상품들은 일반적인 기념품들과는 다르게 올레꾼들을 배려하면서 좋은 기억을 주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가치를 찾는 마이크로 밸류(micro-value)

이 같은 올레길의 브랜드화는 사실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부터 관심을 기울이는 '마이크로 밸류'의 성과입니다.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씨는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얻는 '힐링' 체험을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해보자!'라는 생각이 제주도 올레길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누가 비행기까지 타고 제주도까지 와서 길을 걷겠냐는 주위의 타박, 해외의 유명한 곳도 아니고 제주도가 어떻게 되겠냐는 주위의 비난들에도 꿋꿋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의 예로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을 들 수 있습니다. 지방의 산동네 골목길이었던 곳이 벽화나 조형물을 통해서 해외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 명소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합창단을 발족하는 등 풍성한 '콘텐츠'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여 의미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브랜드의 힘인 것 같습니다.

 
올레, 큐슈의 길과 만나다

작년 2월말에 올레길이 큐슈 4개 현으로 수출되어 차례로 개장을 했다고 합니다. '올레길'이라는이름 뿐만 아니라, 올레길을 상징하는 리본, 화살표, 간세를 포함한 브랜드 전체를 수출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깊습니다. 저희 엠플래너스도 올해 초 워크샵으로 강정마을이 있는 7번코스를 다녀왔습니다. 과연 일본에서는 '올레길'이라는 브랜드가 어떠한 모습으로 큐슈의 '길'을 다시 태어나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길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관심을 가지는 습관을 지금부터라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