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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

[mplanners 엠플래너스]간편하고 맛있는 스낵컬쳐 한 봉지

심하게 흔들리는 출근길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손잡이 보다 더 꼭 쥐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피곤함이 가득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험생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있다면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변 사람들을 관찰 해 보신 적이 있다면 누구나 다 공감하실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들 참 바빠 보인다는 것을요. 이렇듯 어딘가로 이동하는 짧은 자투리 시간이나 잠깐의 여유시간, 마치 간단한 스낵을 섭취하듯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소비생활을 '스낵컬쳐'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훨씬 넓게 퍼져있는데요. 과연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잠시 짬이 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된 웹툰을 보거나 웹 소설, 웹드라마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렇듯 포털사이트 기반의 웹 콘텐츠가 스낵컬쳐의 시초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답니다. 스낵컬쳐의 시초는 현재 우리가 즐기는 웹 콘텐츠의 형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요. 병원, 지하철역과 같은 이동 장소에서 작게 이벤트성으로 시작했던 음악회, 혹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즐기던 문화 소비 생활이 스낵컬쳐의 가장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짧음', '간편함'에 중점을 둔 문화 소비 형태가 스낵컬쳐를 관통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스낵컬쳐의 진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찾아 듣지 않아도, 간편하게 다운로드 받아 즐기는 '팟캐스트' 부터, SNS 상에서 편집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피키캐스트'나 '몬캐스트'와 같은 앱도 스낵컬쳐가 발전된 한 양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얼마 전 성공리에 종영된 웹 예능 신서유기 역시 주목할만합니다. 신서유기는 제작자인 나영석 PD의 당초 목표였던 2000만 뷰를 훨씬 넘어선 2400만 뷰라는 대 기록을 세운 데다가 PC보다 모바일에서 훨씬 더 많은 재생 비율을 보였다고 하니 스낵컬쳐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성공한 콘텐츠 제작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스낵컬쳐가 현재와 같이 발달하고 소비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낵컬쳐의 가장 큰 발전 기반으로는 개개인의 스마트 기기, 모바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간단한 콘텐츠를 맛있고 알차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스마트폰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이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작되게 되었고,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선호하는 사용자의 취향이 맞아떨어지면서 스낵컬쳐는 더 이상 특정 세대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인 모바일을 가진 모든 이들이 즐기는 문화 소비 형태가 되었습니다.대중교통의 종류를 막론하고 두꺼운 책을 읽는 사람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를 훨씬 더 자주 관찰할 수 있는 게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트위터의 특색이었던 140자 제한, 혹은 바인의 6초 제한 동영상 서비스 등도 짧은 시간의 콘텐츠 소비를 위해 탄생된 문화였지요. 20분 동영상 강의로 유명했던 TED 역시 5분 편집본을 내놓고 있고, TV 드라마나 예능 역시 네이버의 TV캐스트에서 3-4분 내외로 짧게 편집되어 올라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겠죠?

 
이렇듯 짧은 시간에도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스낵컬쳐의 장점을 활용한 마케팅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업계에서 짧은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비비안 그룹에서는 배우 조인성을 기용하여 7분짜리 영화를 제작하였는데요. 스낵컬쳐 콘텐츠로는 매우 긴 시간인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2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비비안 그룹에서는 이제 더 이상 TV CF를 제작하지 않고 오직 온라인으로만 CF를 제공한다고 하니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마케팅적으로 참 과감한 시도를 했다고 보이네요.

또한, 스낵컬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삼성그룹에서 제작한 기업 홍보 웹 드라마에는 아이돌 그룹 EXO의 멤버가 출연하여 공개된 지 5일만에 1000만 뷰라는 대 기록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계열사인 삼성 물산은 아파트의 분양 홍보 및 신청 방식을 1분 내외의 재미있게 제작된 동영상으로 소개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뷰티업계인 더 페이스샵에서는 서장훈이 깜짝 등장하는 동영상을 통해 신제품 홍보와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제일모직에서도 전현무가 위트 있는 내용으로 출연하는 수트 마케팅 동영상을 SNS에 공개하며 다양한 타깃층에게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누렸다고 하니 스낵컬쳐의 짧고 굵은 강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마케팅 업계의 새로운 흐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즐겨왔던 스낵컬쳐. 이제는 충분히 그 맛을 음미하셨다고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스낵컬쳐는 계속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중이고, 발전할 예정입니다. 스낵컬쳐가 진화하여 디저트, 에피타이저와 같이 더 여러 종류의 문화 소비 패턴이 생겨날지도 모르지요.

앞서 소개했던 웹 드라마를 활용한 PPL과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보면 찰나의 순간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스낵컬쳐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라고 보이는데요. 현재 여러 세대에서 주요한 문화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스낵컬쳐는 주말이나 연휴가 아닌 반나절 동안만 캠핑을 즐기는 '데이 캠핑' 이나 간단히 동네 주변을 조깅하며 아웃도어를 즐기는 '트레일러닝'으로까지 확산되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 '스낵러닝'이라 하여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교육방식과 짧은 시간에도 쇼핑이 가능하도록 특정 시간대에만 제공되는 핫 딜이 제공되는 '스낵쇼핑' 역시 스낵컬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마케팅 분야, 혹은 교육과 라이프 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다른 분야에도 접목된 스낵컬쳐가 앞으로 어떠한 소비 패턴을 창출해내고 발전해 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