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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

[mplanners 엠플래너스]Heroes of Our Generation

 
오는 8월에는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10월에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슈퍼 히어로팀에서 그 주변 인물들, 심지어 악당 이야기들까지 영화화 되고 있는 지금,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대표 되었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 달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을 기념 삼아 DC와 마블의 대결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시대에 따라 우리가 요구하는 영웅들은 어떤 모습이었고 DC와 마블은 어떠한 전략을 추구하였는지, 그리고 승리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Justice League, DC Comics
DC코믹스의 시초는 1934년 Malcolm Wheeler-Nicholson(말콤 휠러 니콜슨)이 설립한 National Allied Publications이며 1937년 인기 시리즈인 Detective Comics에서 앞 글자를 따왔습니다. 그 후 1938년, 세계 최초이자 모든 히어로들의 상징인 슈퍼맨을 탄생시키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슈퍼맨의 등장에 대중들이 열광한 이유는 그 당시 미국의 시대적 배경과 연관이 있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은 경제적인 호황을 이루지만 금주법의 시행과 함께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범죄조직으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제대공황으로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고, 불안하고 우울한 사회 속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흉악한 악의 무리를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하는 슈퍼 히어로의 활약에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이와 같이 선과 악의 뚜렷한 구도는 타락한 도시 고담과 배트맨이라는 작품으로 극대화됐고 두 히어로는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코믹스 시대의 황금기를 열게 됩니다.
이처럼 DC코믹스는 언제나 '선'과 '정의'라는 고전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며,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으로 이루어진 DC의 대표 조직 이름 또한 'Justice League' 즉, '정의 연맹'인 것에서도 그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때문에 DC의 영웅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의와 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이상적인 '초인'이며 당연히 모두에게 존경 받는 인물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슈퍼맨의 렉스 루터, 배트맨의 조커와 같이 명확한 악역이 존재하고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The Avengers, MARVEL Comics
DC코믹스 보다 5년 늦은 1939년, Martin Goodman(마틴 굿맨)에 의해 마블의 시초인 Timely Comics(타임리 코믹스)가 탄생합니다. 초창기 시절의 마블은 연애물 및 동물 만화 등을 연재하는데, 그러던 중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유대인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처참하게 희생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여파를 계기로 대중들은 독재자를 무찔러 줄 최강의 히어로를 원하게 되었고, 이 때 탄생한 히어로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입니다. 그 후 Stan Lee(스탠 리)가 새로운 편집장으로 임명 되고 1960년대 초, 스탠 리와 6명의 작가들이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에 자극 받아 캡틴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하여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토르 등을 중심으로 한 슈퍼 히어로팀 'The Avengers'를 만들면서 MARVEL Comics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오래된 역사와 철학적인 고찰로 비교적 진지하고 고전적인 DC의 히어로들과는 달리, 마블의 히어로들은 밝고 가벼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며 영웅들 개개인의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 면모, 고뇌하는 모습에 초점 맞추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는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지만 학업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일상적인 고민을 하는 우리 모두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또한 <어벤져스> 시리즈를 살펴보면 의심과 경계가 난무하는 등 영웅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누가 영웅이며 누가 악당인지 모호한데다 선과 악의 경계도 흐릿한 구도로 끌고 나갑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를 살펴보면, '내전' 즉, 어벤져스 내부에서 개인의 이해추구과정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정의가 충돌하면서 '사회정의'의 원칙과 실현을 두고 맞서는 집단간의 갈등입니다. 대표 슈퍼히어로팀의 이름이 'The Avengers', '복수자들'이라는 것에서도 마블 히어로들에게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열광하는 영웅의 모습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DC와 마블의 경쟁 구도는 만화책에서 상영관으로 번졌습니다. 2016년 상반기에 DC에서는 <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마블에서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를 앞다퉈 개봉했습니다. <시빌워>는 누적관객 800만을 돌파하며 역대급 성적을 거둔 반면, <배트맨vs슈퍼맨> 은 누적 관객 300만도 안 되는 초라한 성적으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세대가 열광하는 영웅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인 듯 합니다.<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 바람기 많은 천재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는 미국의 거물 사업가이자, 엔지니어겸 발명가인 Elon Musk(일론 머스크)를 모델로 합니다.아이언맨은 대중들에게 영웅으로 환호를 받는 동시에, 바람기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으로 제재를 받기도 하며 동료들 사이에서 신임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처럼 추구하는 신념에 따라 어벤져스 내부적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절대적인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 되지 않고 개인적인 복수가 과연 정의가 될 수 있는가의 질문도 던집니다. 이렇듯 마블의 세계는 한 가지로 풀기 어려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매우 닮아 있으며, 히어로들의 모습 또한 개인적인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고 복수를 행하는 인간적인 면모입니다. DC 히어로들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세계 평화와 같은 외부적인 문제 해결이었다면, 마블에서는 우리와 닮은 히어로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똑같이 내적인 갈등을 겪으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정의를 나름의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즉 우리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풀어갑니다.
 
지금의 우리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마블 히어로들의 모습에 더 공감하고 열광합니다. 비록 국내 흥행 성적이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고 하지만, DC 또한 이러한 흐름을 읽어 <수어사이드 스쿼드> <플래시> 등 기존 캐릭터에서 벗어난 슈퍼히어로 물을 개봉했고, 특히 2017년에 개봉할 <원더우먼>은 단독 여성 히어로물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DC가 그동안 단독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슈퍼히로인을 어떻게 선보일 것인지, 우리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여성상이 반영된 슈퍼히로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심화되고 있는 갈등에 따라 우리가 염원하는 모습도 달라져 슈퍼히어로를 향한 시대의 요청이 언제 또 변화할지 모릅니다. 과연 마블과 DC의 전략은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는 누구에게 공감하고 박수 칠 수 있을까요? 슈퍼히어로에게 새롭게 군림할 슈퍼히어로는 누가 될 것인지,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만 하는 DC와 마블에게는 치열한 대결이 되겠지만 새롭게 공감하게 될 히어로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에게는 기다려지는 대결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웅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두 출판사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관과 세계관의 대결, 우주와 우주간의 대결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더 우위에 있고 무엇이 더 맞다고 얘기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묵직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태어난 캐릭터는 변화하지 않지만, 그 캐릭터들로 각자의 철학을 담아 변화하는 세상과 시대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영웅 이야기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은 친근함과 함께 많은 관객들의 열광을 얻어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