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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

[mplanners 엠플래너스]레드오션 탈출하기 : 라면전쟁

 
굵은 면발에 고급스러워진 맛의 라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작년 4월 출시된 짜왕이 출시 이후 신라면에 이어 줄곧 판매액 2위를 달려왔고, 지난 12월과 1월에는 진짬뽕이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신라면을 왕좌에서 밀어내고 매출 1위를 차지하면서, 라면 시장에 일어난 지각변동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이렇게 수백 종류의 라면들이 전쟁처럼 각축하고 있는 라면업계를 통해 레드오션을 탈출할 비법을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에 대한 팩트 체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라면은 일본말이다? 
라면은 중국의 납면(拉麵, 중국 발음 라미엔)이 일본으로 전해져 라멘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건너와 라면이 되었습니다. 납면은 '끌어당겨 만든 면'이라는 뜻으로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길게 뽑아낸 것을 말합니다.
2.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농심라면이다? 
삼양라면입니다. 1963년 9월 15일에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했을 당시 최초의 가격은 10원이었습니다.
3. 1986년 10월에 출시한 신라면은 줄곧 1위를 지켰다? 
딱 한번 4~5개월동안 1위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2011년 "나가사끼 짬뽕"입니다.
4.라면 1개의 면발 총 길이는 50m이다. 
라면 한 가닥의 길이는 약 65cm. 한 봉지에 보통 75가닥의 면발이 들어가 총 길이는 약 50m입니다.
5. 라면을 먹으면 얼굴이 붓는다? 
이것은 살짝 오해일 수 있는데 보통 밤에 야식으로 라면을 많이 먹기 때문이랍니다. 밤새 수분배출이 되지 않아 아침에 부어 보인다는 거지요. 낮에 먹으면 괜찮습니다.
 
새로운 룰을 만들어 게임의 판을 바꾸어라!

앞서 말씀 드렸듯이 신라면의 부동의 1위를 바꾼 것은 "나카사끼 짬뽕"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판을 만든 것은 바로 2011년 출시된 "꼬꼬면"이었습니다.

이때까지 빨간 국물에 익숙한 라면 시장에 하얀국물 라면의 붐을 일으켰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라면시장에서 이런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최초의 삼양라면은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했습니다. 반면 농심은 70년대에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하는 "소고기라면"을 출시해서 라면시장의 판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72년의 "육개장 사발면"도 봉지라면이 아닌 새로운 즉석 라면의 시장을 열고 하루 23만개가 팔리는 이례적인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1986년의 "신라면"은 매운라면의 효시라 할 수 있고 지금까지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의 열풍도 또 하나의 새로운 판을 짜고 새로운 룰을 만들어 싸우고 있는 전쟁터인데, 이 새로운 판이란 굵은 면발과 고급화입니다. 이제까지의 얇은 면발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굵지만 쫄깃한 면발이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짜장과 짬뽕의 맛을 라면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든 고급화의 기술이 새로운 판을 만들어 주었습니 다.

이처럼 기존 포화상태의 경쟁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게임의 룰과 판을 개발해야 합니다.

실제로 2014년 1조 대로 내려앉은 라면 시장은 "짜왕"의 돌풍에 힘입어 2조대 매출을 탈환했습니다. 간편식 시장에서 라면을 외면하던 소비자를 고급화와 짜장면이라는 새로운 맛으로 유턴하게 하였습니다.

 
일단 선점하고 멀리 달아나라

이미 레드오션인 라면시장에서는 모든 제조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제조사들은 미투 마케팅을 통해 그 물결을 같이 타고 싶어합니다. 짜왕의 사례에서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농심이 짜왕을 출시하고 경쟁사가 유사제품을 출시하는 데에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짜왕이 세를 확대해나가는 것을 견제할 대체 상품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에 비해 진짬뽕의 경우에는 오뚜기가 출시한 후에 한 달 만에 유사 제품들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현재 짬뽕라면의 경우는 진짬뽕과 맛짬뽕, 불짬뽕 등이 각축하는 상황인지라 짜왕처럼 일방적으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은 아직 없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삼양의 굴욕입니다. 최초의 라면을 출시하고, 라면업계의 만년 2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양은 갓짜장의 제품 출시가 너무 늦어져 빛을 보지 못했고, 오뚜기 진짬뽕의 출시로 갓짬뽕의 등장은 이마저도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팔도는 중식의 대가 이연복 세프를 광고모델로 영입하고 최대한 빨리 유사제품을 내놓으며 잘 따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혁신 제품을 먼저 내놓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제품의 완성도 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새로운 판의 대표적인 제품이라는 브랜드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신라면은 시기적으로 빠르게 출시되었고 매운라면의 대명사이자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볶음면 시장의 최강자인 불닭볶음면, 팔도 비빔면 그리고 농심 사발면 등은 혁신제품을 내놓고 선점해서 브랜드 효과를 본 사례들입니다.

 
이제는 수성(修城)이다
새로운 혁신 제품으로 판을 짜게 되면 그 다음엔 이 제품의 매출과 인지도가 지속될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워낙 부침이 심한 라면 시장에서는 신제품 효과를 2~3개월로 봅니다. 6개월이 지나도 인기가 지속되면 그 제품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고 보는 거지요. "짜왕"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는데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 스테디셀러로 갈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꼬꼬면"은 앞서 말씀 드렸듯이 하얀국물 라면의 선봉장이었습니다. 팔도는 꼬꼬면의 인기가 치솟자 500억원을 들여 라면 공장을 증설하고, 급기야 팔도는 자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국물 트렌드는 사라지고, 꼬꼬면을 비롯한 제품들은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그 명맥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역시 라면은 빨간 국물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신라면이 28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한 소비자 조사와 이에 기반한 지속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아마도 28년 전의 신라면과 지금의 신라면은 다른 맛일지 모릅니다.
현재 "짜왕"과 "진짬뽕"의 경우에도 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소비자의 태도를 리서치하고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겠습니다.
 
혁신이 시작이다
치열한 경쟁과 각축전은 비단 라면 시장의 일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분야에서건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2015년만 하더라도 소주의 "순하리", 만두의 "비비고 왕교자", 스낵의 "허니버터칩" 등 대박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브랜딩을 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라면으로 시작했으니 라면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2015년의 라면 매출 순위 1~5위에 드는 제품들입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모두 '농심' 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삼양라면이 짜왕에 밀리면서 결국 상위 5개 제품 모두 농심의 제품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색깔이 강하고 서로 경쟁하면서도 다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짜파게티와 짜왕은 같은 짜장 베이스이지만 완전히 다른 맛과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성탕면은 된장 육수 베이스, 너구리는 해물, 신라면은 소고기 육수 베이스여서 이 역시 빨간 국물이라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다른 영역에 있습니다.
농심의 이러한 제품 개발 역량과 도전의식을 우리도 많은 면에서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더라도 틈새가 있고 혁신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그 작은 틈을 찾아가는 것이 레드오션 극복의 가장 첫 시작이 아닐까요?